1조 : 396만원

제품을 평가함에 있어 가격과 성능과의 비율이 있다. 가격대비성능이란 것이 그것이다. 제품에 대한 소개나 광고를 함에 있어 제품과 말과의 비율도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제품대비언어겠다. 세상사 다 그렇겠지만 대부분은 말이 제품을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제품이 말을 앞설 때가 있다. 그 한 예에 스카닝의 15인치 우퍼가 포함될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 굉장하다. 넉넉하지만 섬세하고 깊지만 게으르지 않다. 다이내믹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특히 약음에도 강하다. 그러니까 A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B가 따라붙지 않는, 참으로 변증법적인 우퍼다. 그래서 굉장하다.

오디오를 통해 가능할 수 있는 저음의 끝장은 어느 정도일까? 스카닝의 15인치는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크기가 15인치이므로 양감이 넉넉하다는 것은 자랑할 것이 못 된다. 당연히 넉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제를 동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간의 대형 우퍼들은 언제나 혼탁함마저 선사했기 때문이다.

스카닝 유닛을 기준할 때 유명 브랜드의 족보급 파워앰프들은 23I, 즉 8인치 우퍼까지를 무탈하게 구동하는 것 같다. 우퍼를 적당히 제압하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각종 중음대역 특성들, 이를테면 ‘아날로그적 질감’이라던가 ‘탐미적인 음색’이라던가 하는 것들도 잘 드러난다. 하긴 이렇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파워앰프들이 갖는 미묘한 개성차이, 더 나아가 각 브랜드마다의 사운드 차이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11인치가 되면서부터 간신히 구동한다, 급급하다 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퍼를 제대로 제압 못하기 때문에 혼탁해진 저음대역이 중음대역 정보들을 마스킹하면서 예의 ‘질감’이나 ‘음색’의 아름다움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대형기를 장만했으되 오히려 음량을 키울 수 없고, 손이 가는 음반이 더 줄어드는 것은 십중구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15E는 11인치보다 훨씬 더 큰 15인치 우퍼다. 이 우퍼는 구동을 잘했을 때 대단한 것이지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 분께는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

참고로, 15E를 활용함에 있어 스카닝은 '15E + 23I + 15H + 고급 트위터' 4웨이 시스템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15E는 중음대역 특성까지 괜찮은 만큼 5.5인치나 6.5인치를 미드레인지로 사용하는 3웨이 시스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