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 110,800원

XT25TG-30-04는 가운데 총알이 박혀 있다는 점에서 스캔스픽의 R2904/700000과 비슷하다. 물론 그 소리는 R2904700000 쪽이 더 맑고 선예하다. 하므로 R2904/700000을 날씬한 여성에 비유한다면 XT25TG-30-04는 건장한 남성에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XT25TG-30-04는 호방함을 목표하는 스피커 시스템에 더 적절하다. 하지만 거칠거나 투박한 소리는 아니며, 오히려 평균보다 맑다고 해야 맞다. 또는 딱 평균이라고 해야 맞다.

가성비가 좋다고 할 때 그 정도는 대체적으로 3배쯤인 것 같다. 즉 3-4만원짜리의 가성비가 아무리 좋아봤자 10만원짜리의 성능을 능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XT25TG-30-04를 값 차이가 9배 이상 나는 R2904/700000과 비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럴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인터선, 스피커선, 파워선... 요즘은 케이블 값도 꽤 비싸다. 이를테면 100만원 이하짜리는 싸구려 취급을 받을 정도다. 헌데 인기 있다는 선들은 대부분 저음 대역을 부스트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꿔 말해 (초)고음 대역을 감쇄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의 순도가 좋아진다는 게 아니라 대역간 밸런스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면 이런 케이블들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말이 가능하겠지만, 결국에 요약하면 R2904/700000적인 소리를 XT25TG-30-04적인 소리로 만들기 위한 탓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이미 말했지만 XT25TG-30-04는 다소 굵은 호탕한 소리를 가능케 한다. 당연히 대음량 구동에서도 불안하지 않다. 하지만 XT25TG-30-04는 아무런 패시브에 대충 걸어도 소리가 들을 만하게 나오는 트위터가 아니다. 커녕 싼 가격과 상관없이 충분히 까다롭고,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달리할 때마다 소리 차이도 꽤 많이 난다. 비파社가 중국으로 팔려 지금은 모든 비파들이 중국제가 되었지만, 비파社가 덴마크에 있던 시절 XT25TG-30-04는 아주 오랫동안 비파의 플래그십 트위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