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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회사설립 이래 스캔스픽은 지금까지 주로 실크 트위터를 제작해왔다. 긴 세월에 걸친 끈질긴 일관성이다. 해서인지 실크 트위터 라인에 관한 한 스캔스픽은 대단히 체계적으로 세그먼테이션을 잘하고 있다. 2010년 그러한 스캔스픽이 베릴륨을 진동판으로 채용한 트위터를 선보였다. D3004/664000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실크 트위터가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줄 거라고 생각한다. 필경 이런 생각 또는 이런 기대는 앞에 붙은 ‘실크’란 말 때문에 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크 트위터는 오히려 금속 트위터보다 더 날카로운 소리를 들려준다. 실크 트위터로 분류된다고 해서 모두가 비단결 사운드인 것은 아니며, 정말로 실크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실크 트위터는 꽤 비싼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실크 트위터가 비단결 같은 소리를 들려줄 것 같다고 선입견되는 것처럼 금속 트위터는 금속성 소리를 들려줄 거라고 선입견하기 쉽다. 하지만 베릴륨 트위터인 D3004/664000는 고급 실크 트위터들보다 더 실키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를테면 부드럽다, 촉촉하다, 온화하다...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잔향감은 물론 음폭에 있어서도 더 넓고 깊다. 이 때문에 좌우 채널 사이에 조성되는 무대가 더 입체적이 되어 다가온다.

바이올린 소리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에서 들어본 안나 소피무터의 바이올린 소리는 약간 정도 따뜻한 노란색을 연상시킨다. 이에 반해 테츨라프의 바이올린 소리는 약간 정도 차가운 파란색을 연상시킨다. 물론 서로 다를 뿐 무엇이 좋고, 무엇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스캔스픽의 R2904/700000은 (초)고음의 끝자락을 매끈하고 치밀하게 처리해주는 몇 안 되는 실크 트위터다. 내가 판단할 때 실크 트위터인 R2904/700000이 테츨라프를 닮았다면, D3004/664000는 안나 소피무터를 닮아 있다. ‘실크 트위터는 따뜻하고 금속 트위터는 차갑다’와 같은 선입견대로라면 이 반대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이럴 수도 있기 때문에 언급해봤다.

D3004/664000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즉 ‘온화한 분위기’와 ‘넓은 무대’를 동시에 잡은 거의 유일한 트위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파워앰프에 비유하면, 따뜻하고 예쁜 소리를 들려주는데 광활하게 펼쳐지기까지 하는 상상속의 진공관 앰프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