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르프는 슈프림 시리즈로서 실버골드오일, 실버골드, 실버오일, 슈프림 클래식을 제품화하고 있다. 이 슈프림 시리즈는 소자를 거치면서 생기기 마련인 그 정보의 왜곡이 극히 작다. 하므로 스피커 회로의 특성이나 매칭한 기기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슈프림 실버골드를 걸어보니 어떻게 변하더라, 슈프림 클래식을 걸어보니 저렇게 변하더라... 하는 서로간의 말들이 크게 다를 경우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새로 바꾼 콘덴서 특성인지 기존 콘덴서에서는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특성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도르프는 이러한 슈프림 시리즈를 약간 정도 단가 절감하여 에보 시리즈를 발매했다. 이 에보 시리즈는 슈프림 시리즈와 비교할 때 아주 조금씩 더 오밀조밀하다. 이를테면 좌우 채널 사이의 그 확산감이 조금 좁고, 재현되는 안길이가 조금 덜 깊은 식이다. 하지만 다른 업체의 콘덴서와 비교하면, 다시 말해 에보보다 꽤 비싼 콘덴서들과 비교했을 때조차 훨씬 더 넓고 훨씬 더 깊다. 즉 같은 문도르프인 슈프림 시리즈와 비교할 때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단할 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일 콘덴서 쪽은 에보 시리즈가 슈프림 시리즈보다 더 괜찮다고 여길 마니아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약간 오밀조밀한 만큼 오일 콘덴서에서 기대하곤 하는 그 예쁜 질감이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름답다와 예쁘다의 차이를 알고 있다. 이를테면 건축물이나 조각품을 보며 우리는 아름답다고 하지 예쁘다고 하지 않는다. 반면에 TV에 나오는 젊은 연예인들을 보며 우리는 예쁘다고 하지 아름답다는 말은 잘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슈프림 시리즈는 비례, 절제, 균형, 역동감 등의 기준에서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이고, 에보 시리즈는 단아함, 표정, 아기자기함 등의 기준에서 ‘예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적극적인 비교를 위해 내가 하는 말일 뿐 슈프림이든 에보든 10중 칠팔은 공통점, 다시 말해 피차간의 장점이 같으므로 예산껏 취향껏 사용할 일이다.